직장생활을 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손주를 돌봐 온 박순심 씨(가명, 62세). 맞벌이하는 자녀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손주를 키워왔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지만, 하루 평균 9시간 넘게 아이를 돌봐온 지 1년이 지나면서, 점차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특히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자주 손목이 시큰거리다가 급기야 손끝에 저림이 심하고 물건을 놓치는 등 감각이 둔해졌다.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박 씨.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손목터널증후군, 중년 여성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만 명이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2012년 16만 명으로 5년 간 약 6만 명, 연평균 8.9%의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다. 특히 전체 환자 중 여성의 비율이 약 79%로 남성보다 발병률이 약 4배나 높으며, 그 중 50~60대 중년 여성 환자의 비율은 전체 여성 환자의 61%가 넘을 정도로 손목터널증후군은 대표적인 중년 여성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중년 여성에게 빈번하게 발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와 걸레질, 빨래 등 집안일로 인한 과도한 손목 관절 사용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자식들의 맞벌이로 인해 손주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는 아이 달래기, 기저귀 갈기, 품에 안아 재우기까지 잦은 손사용이 손목 질환을 더욱 부추긴다.

수근관이 좁아져 생기는 질환, 손목터널증후군

이렇듯 중년 여성을 괴롭히는 손목터널증후군은 힘줄과 신경을 손목 부위에서 손끝으로 연결해주는 ‘수근관’이라는 통로가 좁아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거나 손목을 많이 쓰면 수근관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는데, 이 두꺼워진 인대가 신경을 눌러 손의 감각이 둔해지고 저림 증상이 유발되는 것이다. 특히 손목 통증과 함께 엄지, 검지 등 새끼 손가락을 제외한 일부에서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 밤에 잠을 깰 정도의 통증을 느끼거나 마비 증세를 동반하기도 한다.

단순 저림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 놓치는 경우 많아

통증이 있어도 혈액순환 장애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운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 증상이 미약해 참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되어 운동기능 장애가 나타났을 때가 되어야 내원한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의 비수술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에는 수근관을 넓혀주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최근 2Cm 이하의 국소 절개를 통해 수술 자국은 최소화하고 빠른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해지는 등 수술 기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들은 섣부른 자가진단이나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무작정 통증을 참기 보다는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